본문 바로가기
독서삼매경

[서평]나에게 가는 길 청소

by 칠면초 2009. 7. 22.


[ 도서 ] 나에게 가는 길 청소
범일 보성 | Y브릭로드 | 2009/04/30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보기(4) | 관련 테마보기(0)

 

이상스럽게도 요즘 불교서적을 많이 읽게 된다. 이번 읽은 에세이집 <나에게 가는 길 청소>는 효봉 스님 손상좌 시절 이야기다. 수행의 마음가짐 등을 소탈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으로 정리했다. 왜 책 제목이 ‘청소’일까를 굳이 생각지 않아도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청소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올곧게 드는 생각은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생에 대한, 물질에 대한, 사람에 대한, 일에 대한, 등등 알고 보니 온통 집착 두성이었다는 걸 알게 해주었다. 이 책에 나오는 효봉 스님은 신발에 대한 애착조차 던져버렸다. 왼쪽 오른쪽이 무슨 의미던가.....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은 모두들 제 나름으로 아름답습니다. 그 모습처럼 우리네들은 인간으로서 참 소중한 존재입니다. 남자건 여자건 다 존귀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다들 어지러워하고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입니다. 이 봄 기운을 저 꽃들처럼 만끽하지 못합니다. (서문)

 

책은 세상과 수행자들을 향해 거침없이 일갈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 효봉스님의 제자인 보성스님의 지혜와 가르침을 담고 있다. 평생 산에서만 살아온 저자는 자비로운 법문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지친 마음을 놓아주고 오늘을 사는 힘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이끈다. 마치 이 액을 통해 득도할 수도 있을 듯 한 정결함...그게 이 책이 주는 큰 포인트다.

 

본문의 1부 ‘山에서 만난 사람들’에서는 효봉스님 손상좌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효봉 가풍과 떠나시던 모습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또 오늘의 해인총림이 있기까지와 달라이 라마와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 ‘山에 살며’에서는 한국불교의 현주소와 가야 할 길에 대해 일갈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세상과 소통하는 일상의 언어를 통해, 지금 분명히 살지 않는다면 다음 시간은 없다며 오늘을 열심히 살 것을 강조한다. 시와 짧은 에세이로 만들어진 이 부분에서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신발을 흐트러지게 벗어놓은 사람은 가지런한 신발을 신을 수 없습니다. 신발을 벗어 놓은 걸 보면 그 사람이 매순간 어떻게 사록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59p)

 

하루를 가지런히 열고 닫기 위해선 작은 수행부터 몸에 배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실감이 갔다. 나도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보면 신부터 보는 습관이 생겼다. 앉아서 이야기를 해도 그의 발놀림을 보며 상대의 현재 정신 상태나 그의 수준 등을 짐작한다. 물론 무리한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 그 통계가 엇비슷 맞아 들었다.

 

3부 ‘山에 사는 후학들에게’서는 절집에 사는 의미, 스승과 제자, 학문과 가르침에 대한 마음가짐을 전하고 있다.

“중 냄새가 나야지요. 그 바탕은 계율입니다. 땡초노릇을 해도 ‘계율’을 알아야합니다. 중냄새? 떠들어서 될일이 아닙니다. 선은 이렇다 깨달음은 이렇다 떠들 일이 아닙니다.중냄새가 나는 사람은 눈빛이 편합니다”(201p)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어른들의 가르침을 잔소리로 여기는 풍조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른의 잔소리가 왜 이렇게 달콤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