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09년7월21일 화요일 (호미로 막자)

 

어제 하늘에서 땅으로 장대같이 내리꽂는 빗속을 뚫고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 남편의 병문안을 갔다 왔다. 예전 신혼시절 살았던 곳이라 그런 기억도 더듬으며 대학병원에 도착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환자가 누워있는 10층으로 올라가 6인병실로 들어서자 환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들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부담스럽기보다는 왜 이리도 환자들이 안쓰럽고 측은하게 느껴지는지 두 눈이 시큰거리고 가슴이 찡해졌다.

 

친구가 병실을 지키는 가운데 모로 누워 있던 친구의 남편은 생각지도 않은 방문객이 찾아오자 깜짝 놀라 얼떨떨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더니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며칠 전부터 몸이 너무 안 좋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이참에 종합검진이라도 받아봐야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왔는데 벌써 일주일째 이렇게 집에도 못가고 누워있다면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친구가 살그머니 손을 잡고 밖으로 이끈다. 따라나서자 콩팥 위에 이상이 생겨 가능한 하루라도 빨리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성격이 대쪽 같고 언제 봐도 카리스마 넘치는 ‘터프가이’인 친구 남편은 풀이 죽어 보였다.

 

친구는 마음만 급하지 일손도 안 잡히고 경황이 없어 아직 식사도 못했다면서 간단한 요기나 하러 가자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원 건물 내 지하식당으로 내려가 라면을 먹으면서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는 친구의 말이 내일인양 동병상련이 되어 가슴 깊이 파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나도 남편의 병실에서 이렇게 마음 조리던 적이 있었다. 어는 날 남편이 세수를 하던 손가락사이로 비누가 스르륵 미끄러졌다. 의아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손만 힘이 빠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인천 모 종합병원으로 급기야 들어갔고 입원이 되었다. 골수검사부터 모든 검사란 검사를 다 거치는 기간이 꼬박 일주일.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은 참으로 기가 막혔다. 더구나 사진을 찍는 일이 주 업무인 그가 손가락의 힘이 빠진다는 건 절망 그 자체였다.

검사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게 더 걱정이었다. 다행이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으로 일상의 불편 없이 살지만, 항상 건강에 대한 두려움은 남아있다.

 

친구는 유난히 남편 시집살이가 컸다. 그만큼 속내도 새카맣게 탔을 것 같은데, 평소 입이 무거운 친구는 사생활을 떠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다. 하루 종일 근심 걱정에 파묻혀 있다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나 긴장이 풀린 탓인지 유난히 말이 많다.

 

요즘 들어 나이 탓인지, 주변에 안 좋은 소식들을 종종 듣게 된다. 평소에는 건강에 신경을 안 쓰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집안에 우환이 생기면 평온했던 가정이 꼬이게 된다.

 

그만큼 건강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하지만 나 역시도 하루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건강문제는 늘 뒷전이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지 못하면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출처 : ♥독서클럽♥ 책으로 만나는 상생의 세상

글쓴이 : 칠면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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