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은 우리 역사상 여자로서 왕위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다. 그녀는 어떻게 남자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그 옛날에 금기를 깨고 당당하게 신라의 왕위에 오를 수 있었고, 16년간이나 재위할 수 있었으며, 그 혼란한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었던 것일까?
요즘 빠지지 않고 보는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의문점이다. 물론 드라마라는 장르가 주는 왜곡된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감히 짐작하기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면 삼국유사에 나온 선덕여왕은 어떤 모습일가?
당나라 태종이 모란 그림을 선덕여왕에게 보낸 것을 보고 “꽃을 그렸는데 나비가 없으니 향기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당나라 임금이 내가 남편이 없음을 놀린 것이다. 그리고 개구리가 성난 모습은 병사의 모습이며 옥문이란 곧 여자의 음부를 말하는 것이다. 여자는 음이고 그 빛이 백색이며 백색은 서쪽을 뜻하니 군사가 서쪽에 있음을 말함이다” 신하들은 왕의 성스러움과 슬기로움에 감복하였다. 꽃을 삼색으로 보낸 것은 신라시대에 세 여왕이 있으리란 걸 알았던 것일까? (163p)
삼국유사는 이렇게 말 그대로 삼국시대 일어났던 일 중 역사에 기록되지 않고 남은 사실들을 적었다. 그런 이유로 삼국유사를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고려정부에 의해가 공식적으로 편찬한 책이라면, 삼국유사에는 삼국사기에서 빠진 민중의 이야기들을 모아 신라의 정통성과 존립에 관한 명분을 적어 둔 책이 아닌가? 그러니 그 빠진 내용이 어떤 것인지 더욱 궁금했던 점이 읽고 싶은 이유기도 하다.
일연 스님은 당시의 중국 중심주의 사관에 맞서 삼국유사를 엮었다고 한다. 우리의 과거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역사에 대한 바른 지식과 안목을 키워야 할 청소년들은 이 책을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역사 공부가 될 것이란 생각이다.
이를 바탕으로『청소년을 위한 삼국유사』는 고대 국가들의 신비로운 건국 신화를 ‘나라가 세워질 때의 이야기들’로 묶어 소개하고, 삼국유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 신라의 융성과 전성기, 그리고 몰락 이야기를 각각 ‘융성하는 나라 신라의 기록’ ‘삼국의 통일과 태평성대’ ‘나라가 망하는 원인과 징조’로 묶었다.
특히, 청소년들이 더욱 흥미롭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발적인 문제 제기와 재미있는 해설을 삽화로 곁들인 부분은 읽다가도 웃음이 절로 난다. 서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청소년 독자층을 위한 ‘삼국유사’책이 많지만, 단순히 원전을 쉽게 풀어 제시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원전의 중요한 부분을 발췌 번역하고, 꼼꼼한 설명과 재해석을 시도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사실 삼국유사는 한반도와 만주를 근거로 삶을 이어온 우리 민족이 만들어 낸 고대 문화로부터 지금까지 내려오는 한국 문화의 원천이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 ‘나’의 뿌리를 알려면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
요즘처럼 중국의 동북아공정,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등으로 우리 역사가 훼손되고 있을 때라면 더욱 그렇다. 부천 어느 개인택시 기사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슬로건을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외치는 것도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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