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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으며 비로소 이 시대 담론으로 끝나선 안 될 참으로 중요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책과 조금은 다른 느낌의 내용이 강한 충격을 안겨준다.
20여 년간 오대산에 살며 생명체와 언어, 문화에 관해 명상하고 연구해 `오대산 현인(賢人)’이라 알려진 박해조씨가 `바보한민족’을 펴냈다.
문화의 시작에 대해 상징적인 문체로 풀어낸 이 책은 매우 독특하다. 수필인가 하고 읽다보면 우화 같고, 우화인가하면 소설 같다. 그렇다고 역사서도 아니요 도 설화도 아니다. 철학적인가하면 너무 대중적이지 않음이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과 문화, 생로병사의 이치를 담고 있다. 저자는 문화는 경제의 자료가 아니며 사람의 삶임을 강조한다. 고품격 문화를 만들려면 먼저 사람을 고품격으로 만들어야 하고 이 책이 고품격을 만드는 잣대가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우리가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 여행을 떠나듯, 잃어버린 생명의 근원과 문화의 원리를 찾아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이 책장을 펼쳤을 때 약간의 생경함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처음의 생경함과 낯설음은 차츰 ‘아,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구나!’하는 감탄으로 바뀌고 만다.
이 책의 주제는 ‘사람’이다. 사람이 생겨나고 태어나 자라서 죽음이 이르는 과정을 ‘빛 3·1’이라는 저자의 독특한 관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본래 사람의 영혼은 빛으로 되어 있다. 그 빛은 빨강, 파랑, 초록이라는 삼원색과 매우 미량의 하얀색이다. 그 빛(혼)이 파동운동을 하다 포화상태에 이르면 여자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 물질적인 생명체로 변화한다. 세포분열을 통해 육체를 갖게 되어 10달 후에는 세상에 나오게 된다고 전한다.
이 책은 오롯이 저자의 명상과 사색과 수행의 산물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학문이냐 신화(이야기)냐”의 구분을 넘어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말하는 바가 심오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평범한 이야기들을 심오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문화와 생명의 근원이라는 주제를 우리 주변에서 늘 보는 빛에서부터 풀어가다 보면 심심하기까지 한 담론이 된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세계관으로 신비롭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10개월 후 사람은 태어난 후에도 혼(색)을 갖고 있다. 즉 내면에 빨강, 파랑, 초록이 합해진 빛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각 색깔에는 각각의 성질이 있다. 빨강은 진취적이고 활동적이며, 파랑은 보수적이고 안정 지향적이며, 초록은 현실적이다. 사람들은 이 색깔의 편차에 의해 성격이 달라진다. 사회의 구성원들도 이러한 이치에 맞춰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그 발상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이 책은 앞으로, 2권 ‘언어의 시원’, 3권 ‘철학의 시원’, 4권 ‘종교의 시원’으로 완결된다.
저자는 책머리는 마지막에 읽으며 그의 의미를 알게 된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말합니다. 그 사람들은 경제의 관점에서 문화를 말합니다. 그러나 문화는 경제의 자료가 아닙니다. 문화는 사람의 삶입니다. 고품격의 사람이 고품격의 문화를 만들어 내며, 그래서 삶이 고품격이 됩니다. 고품격의 문화를 만들려면 먼저 사람을 고품격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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