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첫 수업’ 책 제목을 읽고 한참 동안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시간들…
아마 첫 수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라면 초등학교 6학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학교 마당에 피어있던 과꽃을 꺾으면서 시작했다는 생각이다. 그 첫 수업은 참으로 호된 벌로 대가를 치렀다. 고비고비마다 이런 첫 수업들은 내게 하나의 매듭을 안겨준다.
이제 처음이라는 단어조차 설레기만 한 연륜이 되다보니 책 이젠 어떻게 하면 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 책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 53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감동을 주기도 하고 눈물이 맺히기도 하고 웃음이 입가에 번지기도 한다. 이들에게 터닝포인트가 되는 중요한 계기에 대한 이야기를 엮었다.
작게는 개인의 변화이며 크게는 사회, 국가, 그리고 문화계의 변화를 위한 그들의 고투가 그대로 묻어난다. 인생의 나침반을 쥐어주거나 비바람을 막아준 삶의 거울 같은 인생의 스승을 회고한 글부터 시대의 불의에 맞서 '깨어있는 양심'으로 살아온 이야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얻은 배움의 소중함을 담은 이야기까지 '깨어있는 시민들'과 '행동하는 양심'의 길에 선 이들의 기록이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전 농림부장관의 첫 수업은 우리시대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한 번 쯤 경험했을법한 이야기라 더욱 공감이 간다. 등록금을 내지못해 집으로 돌아가고...그리고 학생을 도와주는 스승님..
내게도 분명 저런 스승님이 계셨다. 그리고 약속을 했다. “꼭 훌륭한 여성으로 성공해야한다.” 라던 중학교 3학년 국어선생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분명 주신 분이다. ‘아직도 갚지 못한 인생의 빚’에서 처럼 난 선생님을 찾지 못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에....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이들의 공통점을 찾았다. 얼마 전 고인이 된 두 전직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깨어 있는 시민들’과 함께 ‘행동하는 양심’의 길에 선 사람들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타인의 삶을 통해, 역사를 통해, 사회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자신들이 열망하는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고 실천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회귀하려는 과거는 음습하지만, 우리가 회고하려는 과거는…” 얼마 전 작고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죽음으로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말고,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할 수 있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라며, ‘행동하는 양심’으로 떨쳐 일어서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책은 이러한 방법들이 지루하지 않게 적당한 흥미와 함께 전해주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저자들은 담담히 과거의 어느 순간을 회고한다. 10년 전, 20년 전에 그랬듯이 우리는 절망하지 않고 열정을 다 바쳐 일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대학교를 점령한 군인들의 군홧발 아래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그 뒤로 권력이 부당하게 국민을 짓밟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2008년 촛불시민에 대한 경찰들의 물리적 진압을 막고자 골목길에 누웠다가 군홧발에 다시 무참히 짓밟혔고, 이 일로 대한민국 경찰청 자문위원직을 사퇴한다.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의 용산참사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 사진은, 스무 살에 단 한 번 만난 반공포로를 상념 속에서 수도 없이 떠올리면서 사람에게 분노하는 대신 그런 사람을 낳는 사회에 대해 분노해야 함을 깨달았다는 이야기와 오버랩 되어 깊은 울림을 준다.
함께 철거 투쟁하던 주민들의 끝나지 않는 고통을 지켜보면서 어떤 사회운동의 명분이나 활동의 필요성도 당사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소장…….
이들이 회고한 삶의 터닝포인트는 각기 그 깨달음의 색깔이 다르다. 어설프고, 쉽게 절망하고, 섣부르던 젊은 시절에 타인의 삶을 통해, 역사를 통해, 조직을 통해, 사람들과의 부대낌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라면 모두가 비슷하지 똑같이 한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란 부분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세상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생의 첫 수업을 만들어주기 충분한다. 이들이 던진 고정관념을.....이제 나도 벗어버리자.
'독서삼매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아름다운 인생 (0) | 2009.11.04 |
---|---|
[서평]성공한 학원들의 학원경영 이야기 (0) | 2009.11.02 |
[서평]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 (0) | 2009.10.08 |
[서평]모정의 한국사 (0) | 2009.09.01 |
[서평]바보 한민족 (0) | 2009.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