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바라보며 한참 생각을 가졌다. 이 세상에 두 번이 어려운 건 바로 ‘사랑’ 이라는 감정이다. 사랑은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너무나 확실해, 두 번은 하기 어려운 일종의 병과도 같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처음 만난 단어가 있다. <테라피스트> 과연 무슨 뜻일까? 각종 치료사 또는 치료학자를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음악 치료(뮤직 테라피)를 비롯, 언어 치료(스피치 테라피)·오락 치료·무용 치료·미술 치료·사이코드라마 치료·운동 처방 등과 같이 약이나 주사 등을 이용치 않는 새롭고 다양한 치료법을 말한다.
‘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은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이해하는 테라피스트 권문수의 심리치유서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의 열병 같은 사랑 이후, 그 다음 사랑이 좀처럼 쉽지 않은 사람들, 상처를 주고받는 게 두려워 사랑하기를 포기해버린 사람들, 트라우마(외상성 신경증) 때문에 사랑은 시작조차 버거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그런 병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나처럼, 이 책 속 주인공들 역시 한때는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었다. 그들 역시 열병 같은 사랑이 지나가고 난 뒤, 어쩌면 다시는 사랑이 오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야 했다.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사랑할 대상이 없다는 외로움은 적어도 내겐 치명적인 상처가 되었다. 그렇게 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 아닌 병에 걸려 마음의 불구가 되어야 했다. 이제 생각하면 기나긴 터널을 지나 비로소 지난 두 번의 사랑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깨닫는다. “사랑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병”이란 걸.
그녀의 무감각증은 마치 서극 감독의 영화 <동사서독>에서 주인공 장국영이 과거를 모두 잊고 무공만을 파는 차가운 장사꾼으로 돌아가기 위해 먹은 ‘과거를 잊게 해주는 약’과도 같은 것이다. (Story01. 무감각 – ‘아무것도 못 느끼는 여자’ 중)
이성에게 받은 상처로 외롭고 힘든 사람들은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는 또 다른 이성에게 순식간에 빠져들기 쉽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사랑은 대개 또 다른 상처로 끝이 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Story 02. 불안 – ‘그녀가 정말 두려운 것’ 중)
사랑병은 다른 정신병과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예방’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예방을 해서도 안 된다. ‘우울증의 예방’은 말이 성립되지만, ‘사랑병의 예방’은 있을 수가 없는 말이다. 사랑은 본능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심리학 – ‘사랑병과 정신병’ 중)
저자는 상처 받는 게 두려워 사랑에 무감각을 처방한 여자, 또다시 누군가를 만나 사랑의 과정을 반복할 자신이 없다는 여자, 미치도록 원하면서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랑 불능자, 4년 전 사랑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남자, 육체적 사랑만 추구하는 나쁜 남자를 여전히 사랑하는 여자,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여자, 평생 트라우마와 싸우며 사랑마저 포기해야 했던 여자…
이렇듯 다양한 여자들을 소개한다. 한때 뜨겁고 열정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사랑은 달콤하지만 쌉싸래하고, 열정적이지만 냉정하고, 아름답지만 다른 한편으론 추하기도 하다는 걸.....
마지막으로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꿈꾸는 당신에게, 사랑, 정말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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