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한 사랑을 보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은데…”라고 말하는 그녀 어깨를 끌어안았다.
‘사랑을 했다가 잃은 것은 사랑이 애초부터 없었던 것보다 나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잔인한 말이란 생각이다. 사랑을 잃었을 때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동굴 속 깊이 들어가 누군가 불러도 들리지 않던 그 기억들…
그 기억들은 사랑에 대해 머뭇거리고 뒤돌아서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가슴이 시린 기억들, 그런데 그것이 애초 사랑하지 않았던 때 보다 낫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심리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사랑을 하고 사랑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외롭다. 누구나 외롭다 한다. 나도 참 외롭다.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더 외롭다고 말한다. 메신저로 실시간 대화를 하며, 전화기를 손에 들고 수시로 누군가와 소통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순간에는 함께 할 누군가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전보다 더 큰 허기짐에 시달리게 된다.
20대를 지나오면서 몰랐었다.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외로움과 공허와 헛헛함이 채워지고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벗어나며 권태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 당시엔 ‘지금 당장’ 외롭기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생각했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외로움과 불안의 실체에 명확한 이름을 붙이지 못했었다.
저자는 누구나 보냈을 젊은 시절들에게 말한다. ‘당신이 외로운 건 대상의 문제이거나 사랑이라는 관계의 한계가 아니다’라고. 혼자서 외로움을 해결하지 못하면 누굴 만나도 마찬가지일 거야’라고.
이 책은 그런 외로움과 불안을 건너가는 길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자 유일한 해결책이다. 사랑을 그리는 심리치유 노트답게 어찌보면 함량초과일 정도로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이야기들이 모두 나 자신에 속한 이야기들이다.
심리학적으로 우리가 하는 사랑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단 나는 어떤 사랑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좋고 싫음을 행동하는 감정형인지,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사고형인지, 사랑을 달라고 조르는 강아지형이지, 사랑에 대해 끝까지 경계하고 시험하려는 고양이 사랑인지, 자기애가 너무 넘치는 나르키소스와 그런 그를 바라보는 에코 사랑인지 나를 돌아봐야 한다.
저자는 사랑이 아닌 다른 것을 우선순위에 올려놓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혹시 사랑의 시작에서 끝을 보고 사랑의 설렘을 느낄 시기에 이별의 아픔을 미리 생각하고 있다면 사랑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의 두려움과 상처를 먼저 다독이자. 그리고 믿어주자. 사랑은 둘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인 거지 정답이 있고 결과물을 내야하고 지금 당장 합리적이고 생산적여야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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