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 잔의 차를 마시는 시간은 마음의 빈터를 찾아나서는 시간. 그 빈 터에 따스한 온도로 울어난 쌉쌀한 추억을 마시는 시간…”
‘감동지수‘는 ‘행복지수’와 비례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건조한 삶을 각박한 세상 탓으로 돌리곤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사회 구조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
그 중 하나의 방법이 차를 마시는 일이다. 혼자 차를 마시는 것은 찻잔에 비추는 스스로의 갈등을 조용히 마시고 내려놓는 것이며, 둘이서 차 한 잔 하는 것은 서로의 갈등을 내려놓고 찻잔에 비추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깊고 맑게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부부간의 갈등, 직장동료나 상사와의 갈등, 세대간의 갈등, 국가간의 갈등도 차 한 잔으로 화합과 상생의 여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네시간 출판사의 ‘차 마시는 여자’는 감별사이자 차 소믈리에인 조은아씨가 중국차 33개 종류를 소개하고 있다. 발랄하고 경쾌한 차, 부드럽고 따뜻한 차, 열정적이고 매력적인 차, 사랑보다 더 사랑스러운 차, 당당하고 아름다운 차 등 다섯 장에 걸쳐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맑고 건강한 정신으로 3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오직 차뿐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차는 술처럼 취하지 않지만 술과 같은 기능을 해주고 있다. 그건 바로 대화의 장을 열어 준다는 것이다.”(14P)본문에서도 언급했지만 차의 역할은 이처럼 대단하다.
책은 홍차 녹차 백차 흑차 우롱차 등에 대한 설명과 차용어와 도구까지 자세하다. 차 래시피는 마치 내가 차를 마시는 효과까지 일으켜 먹음직스럽기만 하다.
궁금증은 책을 통해 해소 될 수도 있다. 세계 최초의 홍차는 무엇일까. 랍상소우총으로 불리는 정산소종이라는 중국차다. 17세기 초부터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에서 이 차의 매력을 알아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차를 맛있게 우려낼 수 있는 온도는 몇 도가 적당할까. 중국의 일반 녹차는 90∼95도가 적당하고 고급 녹차나 명차는 80도 정도의 물로 우려내면 좋단다.
이래저래 차에 관해 적당한 지식을 쌓을 수 있어 신난다. 마시지 않고도 미신 듯한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시각적 효과도 탁월하다. 특히 저자가 중요하다 생각하는 부분에 밑줄을 그어 독자에게 친절한 안내까지 겸하고 있다.
차와 함께 마시면 좋은 음식으로 공룡알 쿠키, 육계 스노우볼, 기눔홍차 에너지 바, 전통 블루베리 와플, 대홍포 오렌지 셔벗, 단호박 백계관 조림, 대홍포 카프레제 조리법을 부록으로 소개했다. 생전 처음 듣는 음식이름과 차와의 조화가 조금은 낯설었지만 한 번 도전 할만 하단 생각이다.
차를 마시는 것은 갈증을 풀기 위한 음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 “커피 한 잔 하시죠”라는 말보다는 “차 한 잔 하시죠”란 말에서 조금 더 조용함과 깊음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오늘도, 책 페이지 아무 곳이나 열어 차 한 잔과 마주할 수 있기에 ‘차 마시는 여자’는 손때 묻도록 옆에 두고 오래도록 음미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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