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길렀다. 몇 년 전 이야기다. 하얀 털에 검은 무늬가 박힌 십자매 한 쌍을 1년 동안 함께 했던 기억이 새롭다. 가장 신기했던 건 해 뜨고 해가 지는 걸 사람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거였다.
새가 둥지에서 나오면 컴컴하던 하늘이 거짓말처럼 밝아졌고, 둥지로 들어가면 곧 일몰이 되었다. 새장이 삭막할 것 같아 풀을 심어 넣어주면 순식간에 뜯어먹어 버리는 야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습게도 그건 작은 몸에 어울리지 않는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그러다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나고 한 마리 새가 느낄 정도의 고독이 점점 새장 안을 채워갔다.
새 울음소리가 점점 줄어들던 어느 날 새를 날려 보냈다. 그건 일종의 타살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산새처럼 살고 싶다는 도연스님의 책을 손에 들었다. 십자매 생각이 많이 났다.
책은 그림과 함께 내게 실물로 다가왔다. 곤줄박이, 박새, 딱새와 같이 20그램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새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포토에세이를 통해 속삭였다.l
20그램은 인간에게 특별하다. 21g은 영혼의 무게라고 한다. 과연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면 작은 새 한마리를 떠올려보면 된다. 인간의 영혼 무게만 한 작은 새. 그 작은 새를 통해 저자는 심오한 이야기를 전한다.
둥지에 침입한 뱀과 사투를 벌이는 어미 새에게서는 사람보다 더 큰 모정을, 포식자의 침입을 알려주는 새에게서는 뜨거운 우정을, 애써 지은 둥지도 훌훌 버리고 떠나는 모습에서는 무소유의 미덕을, 먹이를 보채는 새끼 새들의 모습에서는 천진함을 발견할 수 있다.
30여년 전 불가에 귀의해 구름처럼 물처럼 자유롭게 떠다니던 도연스님이 멈춘 곳이 바로 철원. 겨울이 시작될 무렵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나서자 수를 가늠할 수 없는 기러기와 두루미들이 들판을 자유로이 비행하는 모습을 보고는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고 한다.
열네 살부터 카메라를 잡고 새를 찍기 시작했단다. 새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조류도감을 사서 공부하고 새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관찰하기 위해 망원경도 사고 줌렌즈도 마련했다. 새들이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도록 인공 둥지를 여럿 만들어 주고, 새들이 좋아하는 모이를 꼬박꼬박 챙겨 주면서 도연스님은 어느새 새들과 대화를 나눌 정도의 친구가 됐다.
산새처럼 살고 싶다는 두연스님은 “나는 새가 좋다. 자유롭기 때문이다. 새는 무엇 하나 소유하지 않는다. 집도 절도 없다. 새는 날기 위해 뼛속까지 비운다”고 했다. 부처는 바로 책 속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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