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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매경

서평-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by 칠면초 2008. 12. 11.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은 운명적 선택?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이너스 3이다. 관심 밖의 사람들이 줄곧 구애를 해오는 사람은 플러스 3이다. 이미 짐작했지만 0이란 없다. 결국 사랑이란 누군가의 희생이 따라야만 가능해지는 것이란 설명이다. 과연 누가 만든 법칙일까?

 

반어적인 제목이지만, 더 애절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의 작가 조진국은 국문과 졸업 후 교열부 기자와 음악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드라마 작가로 '소울메이트' '안녕프란체스카' '두근두근체인지'의 대본과 배경음악을 담당했던 감성파다.

 

‘이 세상에 완벽한 여자와 완벽한 남자는 없다. 오로지 모자라는 남자와 모자라는 여자가 만드는 완벽한 사랑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소울메이트>에서 정의한 그가 2008년 에세이와 스토리텔링을 결합시킨 한편의 드라마인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를 완성시켰다.

 

그는 이곳에서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운명적인 선택이다", "젊음은 가벼운 것이 아닌 아픔이다"라는 감각적인 언어로 사랑을 재 정의한다.

 

우리는 안다. 역설적인 표현이 얼마나 강한 긍정을 드러내는지 말이다. 숫자 22에서 '2 모양을 한 두 마리의 백조가 서로의 목을 부비며 외로움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하는 저자에게서 낭만적 사랑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생각해보면 사랑이란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내가 다가가면 그 사람이 떠나고, 내가 마음이 없을 때 누군가가 다가온다. 그 엇갈림이 우리들을 힘들게 한다. 날마다 사무실에선 구조조정이 화두가 되고 모든 매체는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하는 이때, 따뜻한 사랑 이야기가 가슴을 훈훈하게 해주었다.

 

=키스할 때는 담배 냄새가 난다는 걸 왜 몰랐을까. 그날의 키스가 도발적으로 느껴졌던 건 사랑의 기술이 아니라 니코틴의 작용때문이었단 말인가. 담배피우는 남자는 반갑지 않다. 하지만 매력적인 남자가 담배를 피운다면 참을 수 있다. 어쩌면 담배 때문에 더 좋아질지도 모른다= 솔직한 언어들로 친근감이 느껴진다. 너무 주옥같은 문장이 많아, 내 블로그에 옮겨 놓고 싶을 정도다.

 

각장 앞에 나오는 'Love Letter'는 독백이면서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아름다운 글들로 가득하다.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은은히 퍼지는 향과 아름다운 삽화들은 또 다른 행복감이다.     

 

=손톱을 바짝 세워서 잘 익은 오렌지 껍질 속으로 깊게 밀어 넣었다. 시원하게 껍질이 갈라지니 속이 다 후련했다. 달달하면서도 시큼한 향과 손톱 밑으로 배어나오는 시원한 과즙이 식욕을 더욱 자극한다.=

글을 읽으면, 어제 제주도에서 도착한 한 박스의 귤들이 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여성스런 문체, 섬세한 상황, 심리 묘사가 내 정신과 몸을 소름돋게 하고야 만다. 단편과 드라마의 한 장면을 결합시킨 이 도서는 대화를 많이 넣어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들린다고나 할까.

 

  

 

마지막 장의 ‘우리는 누군가를 늘 더 사랑하게 된다’는 메시지로 작가는 따뜻한 마음을 민들레 씨앗처럼 터트리고 싶어 한다. 그렇다. 누군가 나를 더 사랑했고 내가 누군가를 더 사랑하고.,,,,,이때문에 우린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